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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의 거친 숨소리만 들렸던 대전월드컵 경기장

스포츠

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09. 5. 25.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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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24일, 오후3시 대전FC와 서울FC의 K리그 경기가 대전월드컵 경기장에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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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수들과 판관들이 소개되고 경기가 시작되는 줄 알았는데 갑자기 방송이 나왔다.
모두 기립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묵념의 시간을 갖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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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나도 할 것 없이 관중석의 모든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리고 잠시 뒤에 이어지는 묵념의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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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터를 누르는 내 모습이 가증스러웠다.
노무현 대통령을 위한 잠시의 묵념도 할 수 없는 내 모습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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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모습을 담는 것이 내 임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연신 셔터를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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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경기가 시작되었다.
하지만 잠시 후 안내방송이 나왔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애도하는 바 10분간 서포팅을 자제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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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 경기장에는 정적이 흘렀다.
선수들의 공차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뿐...

1년여 동안 대전 월드컵 경기장에 프레스 출입을 하면서 이처럼 정적이 흐르는 순간은 처음이었다.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렸던 적은 없었다.

10분이 흐른 후 서울 FC의 서포터즈들이 먼저 서포팅을 시작했다.
그들의 열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왜 그리 섭섭하고 야속하던지...
이 아쉬움은 서울 FC에 대한 것이 아닌, 내 자신에 대한 것이기에....

비겁한 내 모습이 속상하다.
요즘처럼 대한민국이 밉게 느껴진 적도 없었던 것 같다.
내 맘 속에 애국심은 어디로 갔을까?

일본과 중국에 갔을 때, 그곳에서 보았던 태극기는 내 맘속에 뜨거운 무엇인가가 올라오게 했었는데...
이번 목요일(28일)에 카자흐스탄에 1주일간 다녀올 예정이다.
이번에 그곳에서 만나게 될 태극기의 의미는 어떨지 두렵다


이 나라의 희망은 과연 끊어진 것일까?

쓸데없는 넋두리로 비겁한 내 삶의 모습을 블로그에 끄적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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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이름 앞에 '故 노무현'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도 내 맘속에 살아 움직이는 희망이기에...

당신의 이름 뒤에 '전 대통령'이라는 호칭을 붙이고 싶지 않습니다.
아직도 내 맘속에는 당신이 이 나라의 지도자이며 대통령이기에...

노무현 대통령님...
당신은 희망의 끈을 놓고 떠나셨지만
우리의 손으로 다시 그 희망의 끈을 이어나가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님...죄송합니다.
당신이 힘들어 할 때 침묵하고 있어서....
당신을 욕하는 사람들 앞에서 침묵하고 있어서...
당신의 꿈을 그냥 맘 속에 담아두고 침묵하고 있어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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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허윤기]
[대전시티즌명예기자=허윤기]
[전광판 사진제공, 엑스포츠뉴스, 대전시티즌 명예기자단=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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