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terFestival] "한 여름밤의 꿈" 리허설을 다녀오다.
세익스피어의 5대 희극중의 하나인 "한 여름밤의 꿈"을 새롭게 젊은 감각으로 각색한 멋진 무대를 보고 왔다.
(참고로 세익스피어의 5대 희극은 "말광량이 길들이기, 베니스의 상인, 뜻대로 하세요, 한여름밤의 꿈, 십이야" 가 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날개 돋친 천마, 페르세우스가 메두사의 목을 자를 때 떨어지는 핏방울에서 생격다 하며,
영웅 펠레로촌의 애마로 활약하고, 그 뒤에 하늘에 올라 별자리가 되었다는 페가수스, 충남대학교 영문학과 연극팀이 바로 그 주인공.
http://flyingpegasus.net/xe/?mid=cnu_blog&category=82
http://club.cyworld.com/ClubV1/Home.cy/53834174
젊음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을 연극에 쏟아붓는 아마추어 단체다. 지난해 손튼 와일더의 "우리읍내"에 이어
2년 연속 윈터페스티벌에 선정되는 실력을 갖고 있는 이들은 세익스피어의 "한 여름밤의 꿈"을 무대에 올렸다.
William Shakespeare(1564-1616)
영국이 낳은 세계적인 대문호, 철락가 토마스 카알라일은 영국이 인도와도 바꿀 수 없는 존재라고 극찬했던 인물.
희극과 비극, 사즉, 낭만극을 포함하여 희곡38편과 장편시 2편, 중편시 3편, 소네트 154편을 썼다.
"한 여름밤의 꿈"은 세익스피어가 본격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는 희극과 사극을 쓴 시기였던 제2기(1595-1599)의 작품이다.
사랑의 변덕스러움, 진실한 사랑의 승리를 그린 이 작품을 읽은 멘델스존은 특유의 환상적이며 괴이한 시적 여운에 감흥을 느껴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을 작곡했다. 그 중 '결혼 행진곡'은 바그너의 '혼례합창곡'과 함께 오늘날 결혼식에서 연주될 만큼
통속화된 명곡으로 뽑힌다.
"Love makes fools of us all"
[1900년초 영국 에딘버러 명문가의 딸 허미아는 아버지의 뜻에 따라 드미트리어스와 결혼해야 했다.]
[하지만 그녀(허미아)가 사랑하는 사람은 라이샌더이기에 그와 함께 마을 근처 숲으로 사랑의 도피행각을 벌인다.]
[허미아를 사랑했던 드미트리어스는 그녀의 뒤를 쫓아가고 드미트리어스를 짝사랑하는 헬레나 역시 그를 따라간다.]
[홀로 남겨진 헬레나, 그녀 역시 드미트리어스를 따라 숲으로 간다]
[네 사람이 모인 곳은 마법사가 출몰하는 곳이다. 꼬마 마법사 퍼크는 사랑의 묘약인 꽃즙을 구해오는데,이것은 눈을 떴을 때처음 눈에 띈 것을 사랑하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마법사 오베론은 퍼크를 시켜 드미트리어스의 눈에 꽃즙을 바를 것을 명한다. 하지만 퍼크의 실수로 라이샌더에게 바르게 되고...]
[라이샌더는 헬레나에게 반해 버린다. ]
[한편 드미트리어스도 꽃즙의 조화로 헬레나를 사랑하게 되는데... 급기야 헬레나를 두고 드미트리어스와 라이샌더는 결투를 하게 된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는 허미아...]
[결국, 엉망으로 되어버리자 꼬마 마법사 퍼크는 다시 모든 것을 돌려 놓기 위해 동분서주를 한다.
결투가 잠시 멈추고 서로를 찾아 헤메는 사이 밤은 깊어지고 할 수 없이 아침의 결투를 위해 잠을 청하게 된다.
그 사이 꼬마 마법사 퍼크는 모든 것을 원래대로 돌려 놓은 묘약을 바른다.]
[새롭게 맞은 아침, 그들에게 있었던 일들은 마치 꿈처럼 느껴지고 다시 사랑을 찾게 되는데...]
[언제 그랬는가? 다시 모든 것은 한 여름밤의 꿈처럼 정상으로 돌아오고 서로의 사랑을 찾고 행복하게 된다.]
연극은 이렇게 끝이 난다.
세익스피어의 희극답게 행복한 결말을 보여준다.
하지만,
하지만,
하지만,
자칫 지루할 수 있는 스토리를 즐거움으로 만들어 가는 또 다른 Plot을 삽입했다.
그것이 바로 '로미오와 줄리엣'에 대한 해학적 요소와 오베론과 타타니아 왕비와의 미묘한 관계가 바로 그것이다.
상인으로 등장하는 4명의 엉뚱하고도 웃기는 설정과 더불어 로미오 역을 맡은 보텀이 퍼크의 장난으로 당나귀 머리로 변신하는 장면과
보텀이 당나귀 머리가 된 것에도 불구하고 퍼크의 장난으로 보텀을 사랑하게 되는 타타니아 왕비의 엉뚱한 모습은 지루할 수 있는 연극을
더욱 재미있고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여기서 등장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기본적인 스토리는 같다.
하지만 "생활백서" 스타일의 변사와 함께 진행되는 로미오와 줄리엣의 연극은
사람들로 하여금 웃음보가 터지게 하며 페가수스가 갖고 있는 젊음을 발견토록 해 줄 것이다.
연극은 퍼크의 마지막 대사로 정리가 되며 끝을 맺는다.
"배우들의 그림자 노릇을 한 저희들 떄문에 기분이 나쁘셨다면 그냥 이 모든 일들을 '한여름 밤의 꿈'이었다고 생각하십시오.
허황되고 초라한 연극이기는 합니다만 한낮 꿈일 뿐이니 괜찮으실 겁니다. 용서하신다면 다음번엔 더 잘하겠습니다.
저 퍼크는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습니다.'
이 연극은 퍼크로 인해 시작되고 퍼크로 인해 종결된다.
결국 이 연극의 나레이터는 퍼크인 것이다.
퍼크의 마지막 대사로 이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드러내 주었다.
어느 시대에나 인간이 존재하는 곳에서‘사랑’을 빼놓고 논한다는 것이 가당키나 할까.
우리 모두는 나름대로의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그 모양이 각기 달라 보일 수는 있지만,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모습은 ‘진실한 사랑’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 아닐까 싶다.
<한여름 밤의 꿈>속에 등장하는 젊은 연인들의 사랑은 매우 특별해 보이지만 매우 보편적이다.
허미아와 라이샌더는 서로 사랑하고 디미트리어스는 허미아를 사랑하며 헬레나는 디미트리어스를 사랑한다.
400여 년 전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TV 드라마들도 그 러브라인 만큼은 셰익스피어의 것을 이용하고 있는 듯하다.
시대를 뛰어넘는 특별함이 있지만, 사랑에 울고 웃는 우리의 삶은 어쩌면 이보다 더 복잡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시대를 초월하는 특별함은 결국 보편성을 실감케 한다.
사랑의 변덕스러움, 진실한 사랑의 승리를 그린 이 작품을 읽은 멘델스존은 특유의 환상적이며 괴이한 시적 여운에 감흥을 느껴
극음악 <한여름 밤의 꿈>을 작곡했다.
또한 셰익스피어의 시대에는 사실적인 무대장치 없이 현란한 언어묘사만으로
모든 관객들을 환상적인 기분으로 몰아넣기도 했다.
이젠 관객을 웃게 할 페가수스가 뜰 차례이다.
페가수스에서 지정한 대사들 중 몇 개를 올려본다.
라이샌더 (3막)
(헬레나에게 바라보며 애절하게, 눈물을 그렁그렁하며) 어째서 내가 장난삼아 사랑을 고백한다고 생각해?
조롱과 조소로는 눈물을 못 흘리는 법이야. 봐, 난 맹세를 하면서 이렇게 눈물을 흘리잖아.
이것이 어떻게 너의 눈엔 조롱으로 비춰지는 거지? 내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실이 있는걸.
드미트리어스 (3막)
아마 내 얼굴빛이 그럴지도 모르지. 당신의 잔인하고 날카로운 세치 혀에 심장을 찔린 나니까.
하지만 그런 당신 얼굴빛은 저 하늘에 빛나는 샛별같이 맑고 빛나는구려.
허미아 (3막)
루저 같은/ 난쟁이 똥자루 만한 꼭두각시라고? 허, 너 그 말을 하고 싶었구나. 인제 나도 알았어.
내 키와 비교하여 네 키를 자랑하구 싶었구나. 그리고 S라인의 몸매를 미끼로 라이샌더의 맘을 사로잡았군.
그리고 내가 작고 땅딸막하다고 해서 라이샌더의 칭찬에 더욱 키만 커진거구만?
그래 내 키가 얼마나 작다는 건데, 말해 봐, 내 키가 얼마나 작단 거냐고?
내 키가 아무리 작기로서니 내 손톱이 네 눈에 안 닿을 정도는 아니거든.
헬레나 (1막)
(시무룩하게) 날더러 예쁘다고? 예쁘다는 말을 다신 입에 담지 마.
드미티리오스는 진짜로 예쁜 널 사랑하는 걸. 아! 너는 예뻐서 좋겠다. 질병은 전염되는 법인데.
아, 겉모습도 전염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러면 예쁜 허미아 너의 모습이 나에게 전염될 수 있을텐데.
내 귀에는 네 음성이 전염되고, 내 눈에는 네 눈길이 전염되고, 내 입술에는 너의 달콤한 말투가전염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세상이 모두 내 것이라면, 너에게 그걸 몽땅 주고 말텐데. 드미티리오스만 빼고.
오베론 (2막)
이리 다오. 티타니아가 꽃과 춤과 노래에 취해 밤을 보내고는 하는 곳이 있지. 그리로 가자.
그때 난 이 꽃의 즙을 그 여자 눈에 발라 놓을거야. 그러면 그 여자 맘속은 온통 야릇한 환상에 사로잡힐테지.
너도 이 즙을 가지구 가서 숲 속을 샅샅이 뒤져다오. 아테네의 어떤 아름다운 처녀가 사랑에 빠져 있는데, 그 청년은 싫어하고 있다.
그 청년 눈에 이 즙을 발라라. 허나 그자가 눈을 뜨고 처음 보는 것이 그 처녀가 되도록 해야 한다.
그자는 아테네 사람의 의복을 입고 있으니까 단박 알아낼 수 있다. 조심해서 여자이상으로 그자가 상대를 사랑하게 되도록 해라.
그리고 첫 닭이 울기 전에 돌아와야 한다.
티타니아 (3막)
숲에서 빠져나갈 생각은 아예 하지 마세요.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대는 여기 있어야 해요. 전 보통 요정이 아니에요.
그러한 제가 당신을 사랑하잖아요. 그대는 나와 함께 가야 해요. 요정들 보고 시중을 들게 할게요.
또 꽃밭에서 주무실 땐 노래를 부르게 할게요. 그리고 결국은 죽게 되는 천한 인간의 본성을 말끔히 씻어내고 당신을 불사의 요정처럼 어디에든 갈 수 있게 해 드릴게요.
자 저의 요정들이 저의 궁전으로 안내해줄 거에요. 그런데 어쩐지 다들 표정이 좋지 않네요. 다들 우리를 부러워하고 있는가 보아요.
퍼크 (3막)
전 이 때다 싶어 그 자 머리에 당나귀 대가리를 씌웠습니다. 곧 자기 차례가 되어 다시 숲 밖으로 나가더군요.
다른 녀석들은, 그 녀석을 보고 걸음아 날 살려라 하며 빵꾸똥꾸에 불이 날 정도로 뛰어가더군요.
전 이렇게 공포에 넋을 뺀 녀석들을 적당히 몰아버리고, 당나귀 머리가 된 피라무스 녀석만 혼자 남겨 놓았지요.
근데 그 때 마침 운수 좋게 티타니아 여왕님이 눈을 떴고 단박에 이 당나귀 녀석한테 푹 빠져버렸지요.
퀸스 (3막)
「이봐, 나이니가 아니라 나이누스의 무덤」이야! 그리고 그 대사는 아직 하면 안 돼! 그 대목은 피라무스의 대사에 대한 대답이니까!
그렇게 한꺼번에 다 해 버리면 어떻게 해! 피라무스 등장하게!
다시 해봐. 「한없이 뜨거운 피라무스님」부터. 시작!
아아아악! 괴물이다! 아이구 달아나자, 달아나, 사람 살려!
보텀 (3막)
글쎄요, 아씨. 그렇게까지 생각하실 것 까진 없을 것 같습니다만, 하지만 사실 머리와 가슴은 그리 잘 조화되지 않더군요.
하긴 나도 때에 따라선 농담쯤은 할 수 있습니다, 핫하하하!
플루트 (1막) (3막)
난 여자 역은 안 돼! 수염을 기르고 있다고!
「아 겉은 백합같이 희시어 더할 나위 없이 훤칠하시고 속은 장미같이 붉어서 한없이 뜨거운 피라무스님.
나이니의 무덤에서 기다리겠어요」
스너그 (5막)
숙녀 여러분. 조그만 생쥐 한 마리가 마루를 기어가도 기절초풍하실만큼 심성이 여리시니,
무시무시한 사자가 으르렁대면 놀라 뒤로 자빠지실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저는 사나운 사자 배역을 맡은 스너그일뿐 사자는 아닙니다. 만일 제가 악의를 품고 나온 진짜 사자라면 제 목숨이 온전치 못할 것입니다.
+으르렁
리허설이 끝나고 무대 뒤에 위치한 그들의 분장실에는 웃음이 가득하다.
리허설 중에 부족한 부분들과 연기들을 나누고 자신들의 이야기들이 분장실을 가득채웠다.
[충남대 영문학과 학과장, 박종성 교수님]
[페가수스 단체사진_리허설에는 플래쉬를 못 쓰기에 놓고 갔는데..이럴줄 알았으면 챙겨갈 것을...어둡다...죄송스럽다...]
페가수스, 이들의 젊음이 부럽고, 이들의 열정이 부럽고, 이들의 재치가 부럽다.
[덜뜨기의 마음으로 담는 세상 = 허윤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