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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귀향> 위안부 여인의 고향 가는 길

문화/공연/강의

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15. 7. 14.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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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대한민국의 외교부는 일본을 상대로 과연 강제노역과 위안부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있는지 


참으로 고민되고 안타깝기만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2015 대한민국 소극장 열전> 무대에서 만난


극단 명태의 연극 <귀향>은 그 안타까움을 더욱 직면하게 했습니다. 




극단 명태, <귀향>


- 시놉시스 -


1945년 8월 20일경, 중국 간도의 어느 위안소. 


일본군 ‘위안부’ 생활을 했던 세여인 봉기, 금주, 순이는 


다음 날 아침 자신들을 고향에 데려다줄 차를 기다리며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해방을 맞아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삶을 시작하기 위한 그녀들의 노력은 필사적이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만큼 그녀들의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순이는 자신의 몸에 남아있는 상처의 흔적들을 지우고, 


금주는 생전 가본적도 없는 군수공장에서 일했다며 끊임없이 되뇐다. 


봉기는 일본군 대신 중국군을 상대하며 돈을 모은다. 


어느새 날이 밝고 트럭이 도착한다. 


그러나 순이는 지워지지 않는 흔적 때문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봉기는 모아둔 돈을 고향친구 금주에게 쥐어준다. 


금주는 순이와 봉기를 뒤로하고 어렵게 고향으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연극의 시작은 1945년 8월 20일, 


일본의 패망으로 자유롭게 된 중국 간도의 어느 위안소의 소소한 풍경으로 시작합니다. 


순이는 자신의 몸과 옷에 남아 있는 더러운 흔적을 지우기 위해 열심히 빨래를 하지만 


그 흔적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습니다.


아니 지워질 수 없는 상처일 뿐입니다. 




그런 순이를 바라보며 봉기는 열심히 무언가를 읽고 있습니다.


일본군 장교가 아닌 중국군인이 써준 연애편지입니다.


봉기는 패망한 일본군 대신 중국군을 상대하며 돈을 모으고 있습니다. 



억척같이 사는 금주는 한 번도 가 본적 없는 곳을 기억하며


위안소가 아닌 군수공장에서 일을 한 것이라며


끊임없이 자신의 기억을 억지로 새깁니다.


그래서 어디선가 구해온 군수공장의 물품들을 가져와서 쏟아 놓습니다.





이제 자기들은 위안소가 아니라 군수공장에서 일한 증거를 갖고 있으니


떳떳하게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봉기와 순이를 설득합니다. 


그러나 그것이 그렇게 쉽게 되겠습니까?


내일이면 고향으로 돌아갈 차가 오지만


이들의 마음은 고향을 그리는 만큼 더욱 힘들기만 합니다. 



그런 불안감에 봉기는 또 다시 중국군을 상대하며 돈을 모읍니다. 


그녀는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라는 일념을 갖고 있습니다. 



연극은 여기서 세 명의 위안부 여인의 각기 다른 상황을 하나의 무대에 올리면서


관객으로 하여금 이들의 각각의 아픔을 공감하도록 만듭니다.




금주는 이런 자신의 삶이 저주스럽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몸과 영혼은 갈기갈기 찢어진 상태,


금주는 돈으로 이 아픔을 극복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점점 더 상처는 쓰리기만 합니다. 


자신의 기억을 더듬으며 군수공장을 떠올리는 금주는 나약해 보이지만


억척같이 살려는 의지를 품고 있는 강한 여인의 모습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봉기는 다시 돈을 위해 끔찍하게도 싫어하는 일을 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서 부모님께 효도하기 위한 유일한 방법은 


돈임을 끊임없이 되새기며 말입니다. 



그러나 중국군은 돈을 제대로 주지 않고 


이에 분노한 봉기는 그 총을 들고 돈을 내놓으라고 위협을 합니다.




그러나 상황은 점점 더 악화되어 가고


위안소는 일대 혼란에 빠지게 됩니다. 


봉기의 마지막 보루였던 돈은 이제 마지막 남은 희망을 절망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순이는 오직 집으로, 고향으로 돌아가기 위해 자신의 기억을 바꾸기 위해 노력합니다.


자신은 위안소가 아니라 군수공장에서 일한 것임을...


그리고 위안소에서의 끔찍한 기억을 지우려 애를 씁니다.


하지만 그녀를 엄습해 오는 두려움과 절망...


점점 더 고향으로 떠날 시간이 두려워집니다.




드디어 고향으로 자신들을 데려다 줄 차가 올 시간,


기대와 걱정, 두려움의 감정이 교차하는 탓일까요?


음식의 맛이 느껴지지 않습니다.


넋이 나간, 아니 고향으로 돌아갈 자신이 없어진 그녀들의 두려워하는 모습이


가슴 시리게 아프기만 합니다. 





지나가는 차량의 소리만 들려도 반가움과 두려움의 감정이 공존하여 드러납니다.


점점 시간을 흘러갑니다.



위안소의 나무에 고이 접어 둔 소망을 적은 편지와 


그 뒤에 두려움과 걱정으로 고향을 그리워 하는 마음이 


극적으로 대조되어 나타납니다. 



과연 그녀들은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연극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전면적으로 다룬


거의 최초의 한국 연극이라는 평을 듣습니다.



해방이 되면서 귀향을 앞둔 세 위안부들이 서로 다른 선택에 이르게 되는


심리의 변화 과정을 무대 위에서 드러냄으로 인해


관객들로 하여금 그녀들이 각각 내린 결정들을 가슴 아프게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합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광복절이 우리에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슬픔으로 인해 


기뻐할 수 만은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연극의 끝에 고향으로 돌아가는 자와 그렇지 못하고 남는 자의 대조를 통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슬픔과 


이를 그냥 넘기려는 위정자들의 어설픔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습니다. 



고향을 그리워 하며 위안소의 자신들의 방에 앉아 있는 


그녀들의 마지막 장면은 그 슬픔을 절정으로 끌어 올리며 연극의 조명은 꺼집니다. 




관객들이 연극 관람을 마치고 극장을 나오면서 


이 아픔을 치유하기 위한 각자의 답을 찾을 수만 있다면


무대 위에서 배우들이 흘린 땀과 눈물은 헛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연출: 최경성

음향: 이송은

조명: 최기현

진행: 육경은

출연: 양상아, 박나래미, 위소라, 오승민




[덜뜨기 = 마음으로 담는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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