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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지사진첩] 세대를 뛰어넘는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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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15. 9. 9.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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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부께서는 1955년 10월부터 1957년 10월까지 대전 구세군 혜생원의 4대 원장으로 사역을 하셨습니다

(대전 구세군 혜생원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으며 현재 복수동에 위치해 있습니다). 





당시 고아원은 전쟁을 마친 후 얼마 되지 않아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부친께 들은 이야기에 의하면 조부께서는 그런 어려운 환경에서도 원생들을 자식처럼 여기며 아끼셨다고 합니다. 

그런 연유인지는 몰라도 식사시간이 되면 조부께서는 온 가족을 원생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했다고 합니다. 



[박완식 대전시장이 대전 구세군 혜생원생들에게 선물을 기증하는 모습]

1956년 2월 2일 촬영



원장 가족들은 원생들과 따로 식사를 하는 일이 보편적이었는데, 

아마도 이것은 메뉴와 식단의 차이를 염두에 두었거나 혹은 자녀들을 위한 이유도 있었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런데 조부께서는 자신의 온 가족을 원생과 함께 3년간 식사를 빠짐없이 했던 까닭인지 

부친께서도 당시 혜생원 원생으로 계시던 분들과 지금도 호형호제를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작년 연말이었습니다. 

조부께서 대전 구세군 혜생원 원장으로 계실 때 당시에 은혜를 입으셨던 한 분과 전화 통화를 하셨습니다. 

그 분께서는 구세군 대한본영에 전화를 걸어 제 부친의 연락처를 찾으셨고 부친께 전화를 걸어 

오랜만에 만나고 싶다는 연락을 하신 것입니다. 


부친께서는 그분의 연락을 받고 서울에 가셨습니다. 

그런데 그 분을 만나고 헤어지지면서 제게 갑자기 승용차가 생기게 될 것 같다는 말씀을 하시고 

자세한 이야기는 집에서 하자며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저는 대체 어떻게 된 영문인지 궁금했습니다. 


퇴근 후 집으로 돌아오니 부친께서는 저를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친과 함께 무슨 상황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내용인 즉, 제 조부께서 대전 구세군 혜생원 원장으로 계실 때 은혜를 입으셨던 한 분께서 

어떻게 그 은혜를 갚으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하시며 시골에 계신 부친을 위해 차량을 선물하시겠다는 것입니다.

  

그 제안을 받은 부친께서는 가족회의를 소집하셨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좋을 것인지, 그리고 차를 구입한다면 어떤 차량을 구입해야 하는지 말입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가족회의를 한 끝에 저희는 튼튼하고 오래 탈 수 있는 차를 구입하는 것으로 결정을 하였습니다. 

그 분께서는 현금 2천만원을 아버님 통장으로 보내주셨고, 

나머지 부족한 금액은 2년에 걸쳐 매달 보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나머지는 우리가 충당하는 것으로 했습니다. 





결국 부족한 금액은 부모님과 아내, 그리고 제가 함께 모아 차량을 계약을 하여 받았습니다. 

처음엔 그 큰 금액으로 은행 빚을 줄이거나, 전세 집을 구하는데 보탤 생각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성의와 의도가 차량을 구입하길 바라시는 것이기에 차량 구입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주문한 차를 보시고는 제 부친은 저를 향해 '덕을 쌓으면 후대에 가서 복을 받는 법'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고 보면 조부께서 쌓으신 덕을 제가 누리는 것 같습니다.



부친께서는 '덕을 쌓으면 후대에 가서 복을 받는 법'이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러고보면 조부께서 쌓으신 덕을 제가 누리는 것 같습니다.

요즘 조부에 대한 글을 언론사에 기고를 하면서 

조부에 대해 제가 모르고 있던 많은 이야기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가슴 벅차기도 하고, 때로는 그 시대에 어떻게 이런 사역을 하셨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이 차가 우리집 형편에 과분할 뿐 아니라, 

주체할 수 없는 과분한 은혜이다 보니 더욱 부담입니다. 

물론, 차를 새로 구입한다는 것은 참으로 설레이며 즐거운 일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귀한 사랑으로 차량을 구입하게 된 것은 그것을 뛰어넘는 감정이 있습니다. 

근처 교회 목사님께서 제 부친께 가장 값진 성탄 선물을 받았다고 축하해 주셨습니다. 

그 말씀은 차량이라는 과분한 선물이기도 하지만, 

부친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다는 것이 더 큰 선물임을 말씀하신 것 같습니다.



저 역시 대전 구세군 혜생원과 인연이 있습니다. 

1996년, 제가 구세군 서대전교회에서 전도사로 있을 시절에 대전 구세군 혜생원 학생들이 예배에 참석하였습니다. 

예배를 마치면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다시 혜생원으로 돌아갔기에 직접적으로 만나지는 못했습니다. 

그런데 그 시절 제게 설교를 듣던 남자 중학생을 15년 만에 초록우산어린이재단 드림오케스트라 창단식에서 만났습니다. 

물론 저는 그 학생을 못 알아 봤습니다. 그런데 저를 알아보고 제게 왔습니다. 

그리고는 제 설교를 들으며 신앙생활을 했는데 

이제는 자신이 누군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며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말을 했습니다. 





명함을 받아보니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부께서 혜생원에 계셨던 것을 작년에 알게 되었는데, 

차를 받고 조부의 기록을 하면서 저 역시 대전 혜생원과 이런 인연이 있는 것을 알게 되고는 잠시 몸에 전율을 느꼈습니다. 


세상에는 손해보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려는 분들이 있는 것을 보니 

추운 창 밖의 날씨와는 달리 따뜻한 마음을 품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부께서 쌓으신 덕을 제가 감사를 누리는 것처럼, 

지금보다 더 베풀고 섬기며 사는 제가 되겠노라고 생각해 봅니다. 



귀한 선물,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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