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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부재를 다룬 블랙코미디 연극 <그게 아닌데>

문화/공연/강의

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16. 5. 1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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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듣지 않는 코끼리 사육사의 이야기, 연극  “그게 아닌데”

5월 13일(금) - 5월 29일(주일) / 상상아트홀 /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4시, 월요일 없음


극단 빈들에서는 2013년에 동아 연극상 등 대부분의 연극상을 휩쓴 대학로의 화제작 

‘그게 아닌데’(이미경 작/ 김상열 연출)를 대전 대흥동에서 새롭게 선보입니다.  



대전연극제에서 연출상을 시상한 대전대학교 김상열 교수가 연출을 맡고, 


대전연극제에서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정아더가 조련사역을, 


대전연극협회장을 역임한 유치벽이 의사역을, 


각종 연기상을 수상한 정현주가 어머니역을 


그리고 항상 무대에서 열연을 보여주는 문성필과 오해영이 


형사와 동료를 맡는 등 호화캐스팅으로 공연 전부터 많은 관심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이 연극은 2005년 어린이 대공원을 탈출한 코끼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연극 ‘그게 아닌데’는 

소통단절과 인간의 뒤틀린 욕망을 우화적으로 드러내고 


불통의 현사회를 통렬하게 풍자한 작품으로 비평계로부터 극찬을 받으면서 

대학로에서도 연일 매진 행렬을 이어갔던 작품이기도 합니다.


저는 첫 공연 전날 최종 리허설에 다녀왔습니다. 



내용은 이렇습니다 


연극의 시작은 동물원을 탈출한 코끼리가 유력한 대선후보의 유세장에 난입해

후보의 뒤통수를 때리게 된 사고로 인해

결국 경찰서에 유력한 용의자로 잡혀온 조련사와

그를 상담하는 상담사가 등장합니다.




경찰 역시 조련사에게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사건이라는 전제하여

끊임없이 조련사에게 유도질문을 던집니다.

하지만 조련사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을 엉뚱하게 오해하는 사람들에게 

변함없이 "그게 아닌데..."를 말합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말을 듣지 않습니다.

자신들의 프레임으로 조련사를 만들어 갑니다.


경찰이 증거물로 가져온 코끼리 조련 밧줄,

조련사는 경찰에게 힘센 코끼리를 밧줄로 사육할 수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코끼리가 탈출할 때에는 이 밧줄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합니다.


경찰은 이런 조련사의 행동에 더욱 의심을 하게 됩니다.

왜 그 밧줄을 쓰지 않았는지...처음부터 계획된 것은 아니었는지..


동료 조련사를 증인으로 데려왔으나 

여기서 또 다른 오해가 벌어지게 되고

급기야 충돌하게 됩니다.




어머니의 등장으로 인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어머니의 억압에 못견뎌 뛰쳐나간 남편까지

아들이 풀어준 것이라고 오해하는 어머니...

결국 어머니는 자신의 자식이 모든 억압된 자들을 풀어주려는 천사라고 이해합니다.


이제 여기서 사육사의 진실은 더욱 덮히게 되고

관객들로 하여금 진실을 왜곡하는 등장인물로 인한 답답함의 절정에 이르게 합니다.

연극은 답답함의 정점에서 결국 갈등의 최고점을 배치합니다.

정말 답답한 사육사의 본심과 달리

오히려 자신의 관점에서 벗어나려는 사육사를 얽매이려는 등장인물들..

결국 심각한 갈등 상황에 이르게 됩니다.


결국, 아무도 자신의 말을 듣지도 않고 자신을 설득하려는 사람들의 편견에 

사육사는 자신을 이해해 줄 코끼리를 만나게 됩니다. 


취조실을 물리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사육사,

하지만 제한된 물리적 공간의 답답함 보다

사육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상담사와 경찰, 그리고 어머니와 동료 사육사의 오해는

관객으로 하여금 진실을 벗어난 편견과 오해가 진실처럼 굳어가는 것에 답답함을 느끼도록 합니다.


결국 사육사는 자신의 신발을 벗어버립니다.


신발을 벗은 사육사는 신발 뿐 아니라 자신의 사육사 옷도 벗습니다.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를 벗어버리려는 듯 말입니다.



모든 편견과 오해를 벗어날 수 없는 사육사,

결국 연극의 마지막은 그가 취조실을 배경을 펼쳐지는 

오해와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말을 보여줍니다.


이 비극적이고도 해학적인 마지막 장면을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사육사가 이들의 편견으로부터의 탈출을 위해

선택할 수 밖에 없는 결말에 동의하도록 만듭니다.





코끼리들을 일부러 풀어줬다는 혐의로 끌려온 조련사를 두고 이를 취조하는 형사, 

그리고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의사, 그를 감싸는 엄마의 시각은 제각각입니다.


의사는 ‘코끼리를 너무나 사랑한 성도착자’로, 


형사는 ‘정치적 음모에 휘말린 하수인’으로, 


엄마는 ‘모든 속박과 구속을 풀어주는 천사’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조련사는 “그게 아닌데, 비둘기가 날아가자 거위가 꽥꽥거려서 

코끼리가 놀라 뛰어간 건데”라고 해도

 ‘자기들만의 신념체계’에서 사는 이들은 그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습니다. 


 과연 조련사는 자신들의 생각만 앞세우는 이들 앞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탁자 하나와 네 개의 의자만 놓여진 밀폐된 취조실에서 진행되는 이 연극은 

공연 내내 암전한 번 없이, 


개성이 뚜렷한 등장인물들의 한 치도 어긋나지 않는 호흡과 속도 조절로 이루어짐으로서 

‘앙상블 연극’의 진수를 보여주기에 충분합니다. 


이 연극은 마지막을 공개하면 절대 안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연극을 소개하는 브로셔에도 시놉시스가 실리지 않을 정도로 작품의 마지막을 아끼고 있기 때문입니다. 


김상열 교수님은 지난 대전연극제의 대상을 수상한 “철수의 난”을 연출한 분으로, 

연극제에서 연출상을 타며 연극연출의 실력을 인정받은 분입니다. 


이 연극은 자신의 생각 프레임 안에서 세상을 재단하고, 생각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을 누군가에게 강요하는 사회, 

그런 숨막히는 사회 안에 살고 있는 조련사의 애처로운 모습에 연민을 느끼게 하다가도

 혹시 내 자신이 그런 프레임 안에 갇혀서 누군가에게 나의 생각을 강요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를 되돌아 보게 합니다.








연극 <그게 아닌데>

5월 13일(금) - 5월 29일(주일) / 상상아트홀 / 평일 오후8시, 주말 오후4시, 월요일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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