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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팡세] 한밭수목원에서 배우는 삶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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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10. 7. 13.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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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오후,
사람들이 더위로 인해 찾지 않는 한밭 수목원에 잠시 들렀다.

뜨거움에 지쳐 그늘을 찾아 이곳 저곳을 헤맨다.
그러나, 그늘에 잠시 서 있어도 시원함은 잠시 뿐, 금새 밀려오는 더위...

흔히 말하는 "계란꽃"이 눈에 들어온다.
어릴 적 생각에 잠시 빠져본다.

그런데 어디선가 날아온 꿀벌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카메라를 꺼낸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그의 발 아래에는 무언가 매달려 있다.
꽃가루다.

정말 통통하게 매달려 있는 노란색이 보인다.


자신의 다리에 매달아 놓은 꽃가루.
혼자 먹기에도 부족할 양이겠지만, 기다리고 있는 누군가를 위해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자신의 소임을 묵묵힘 감내한다.

잠시 바라본 꿀벌의 모습에서 시원한 그늘을 찾아 헤매는 내 모습이 부끄러웠다.

해야할 일들이 산적해 있는데도 그냥 머리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카메라 하나 훌렁 둘러메고 정장차림에 찾은 한밭수목원의 내 모습이
꿀벌의 모습과 잠시 오버랩 되었다.

꿀벌에게 배우는 삶의 지혜.
글쎄, 제목은 그럴싸 하게 붙여 보았지만 사실 부끄러운 자화상에 대한 반성이다.

갑자기 해야 할 일들이 머리속에 다시 정리되기 시작한다.

'저 녀석도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나는 지금 뭐 하고 있지?'




발길을 주차장으로 옮긴다.
해야 할 일들이 생각나서....

그런데 연이 눈에 들어온다.

닭이 방금전에 있었던 일을 망각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7초라던가?

주차장으로 가던 발걸음이 갑자기 연꽃 앞에서 멈춘다.
망각의 인간은 행복한가?

부여의 궁남지가 궁금해졌다.
거참....


참, 옹기종기도 모여있다.
제각기 다른 뿌리를 두고(물론, 같은 뿌리도 있겠지만...) 그렇게 참 잘도 어울려 산다.
그 중의 어떤 녀석만 꽃을 피우고 있던데...

이렇게 "다름"의 조화가 시원한 전경을 만들어 낸다.

우리네 삶은 '다름'에 대한 콤플렉스를 갖고 있나보다.
'다름'은 '틀림'이 아닐텐데....

이녀석들은 전혀 다툼이 없어 보인다.
말 그대로 "평온"하다.

다만 더울뿐....


그래, 빨리 주차장으로 가자.
시동을 걸고 시원한 에어컨을 켜자!!!!

발걸음을 재촉하여 주차장으로 간다.
이 곳에는 연꽃이 더 많이 피어있다.
제각기 다른 모양과 다른 색깔, 다른 크기들의 꽃들이....

어디선가 날아왔는지, 누군가 버리고 갔는지...
누군가 입의 즐거움을 채워주고 남은 인공의 배설물이 물 위에 떠있다.
과자봉지....

어색하다.
연꽃과 연잎, 그리고 과자봉지....

줍기에는 멀리 있다.

비겁하게 그냥 모른채 하고 주차장으로 향한다.


그런데, 느티나무에 붙어 있는 글귀가 갑자기 내 머리 속을 혼란스럽게 한다.

"미래의 자손에게..."

미래의 자손을 위해 심겨진 이 나무...
누군가의 소중한 마음이 담겨진 이 나무는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닌, 미래의 자손을 위해 심었단다....

'우리 세대'라는 말이 아닌, '다음 세대'라는 것을 망각하고 사는 우리네 삶인 것 같다.
물론, 논란이 있겠지만 4대강 공사가 과연 이 세대를 위한 것인지, 다음 세대를 위한 것인지...

환경운동가들의 말을 들어본다면 '환경파괴'라는 말이,
종교지도자들의 말을 들어본다면 '생명파괴'라는 말이...

혼란스럽다.
진정 다음세대를 위한 것이 무엇일까?

항상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네 모습을 발견한다
다음 세대를 위한 진정한 결정은 무엇일까?

기성세대가 다음세대를 위해, 미래의 자손을 위해 던져 주어야 할 메시지는 과연 무엇일까?
지금의 우리가 미래의 자손에게 남겨 주어야 할 유산은 무엇일까?

복잡한 머리를 달래기 위해 찾은 한밭 수목원....
뒤로 하며 나오는 길, 더 복잡해진 내 마음을 발견한다.

집으로 가는 길, 에어컨을 껐다.
후덥지근한 자연바람이 차 안에 가득하지만, 마음만큼은 시원하다.

오늘만, 아니, 지금 집으로 가는 이 시간만이라도 에어컨을 꺼 본다.

[덜뜨기의 마음으로 담는 세상 = 허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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