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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불량을 권하는 은행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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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09. 11. 1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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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11월 11일 오전 11시 48분
02-1566-9xx0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00은행 대표번호와 비슷해서 전화를 받았다.

'고객님, 00은행 카드를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름이 아니라, 고객님께 00론 서비스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수수료도 할인이 되고...'

바쁜데 잠깐 듣다보니 어이가 없었다.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순간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이 뻔한데
이에 대한 안내는 없고 다만 몇일까지 사용하면 수수료가 할인된다는 말만 하고 있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말을 상담원을 향해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잠시만요, 이 서비스를 사용하면 신용등급 떨어지죠?'

순간 상담원이 당황한다.

'한마디만 더 합시다. 당신들 00카드 사용자들에게 이 서비스를 쓰라고 전화하는 것이 너무 나쁜 것 아닙니까?

자기네 카드 사용자들에게 신용등급 떨어지는 서비스를 쓰라는 권유전화를 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정말 이득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내 지인중 한명이 00카드 현금서비스를 사용하다가 00은행에서 대출을 받으려니 현금서비스를 사용했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이 불가하다고 했단다.
물론 한번도 연체된 적도 없는데 말이다.
결국 급한 대출을 못 받아 사채를 썼다는 말을 들었다.

갑자기 그 지인이 생각났다. 너무 화가 났다.

그 상담원은 너무 당황했고 미안해 했다.
더 대화를 하려다가 상담원이 무슨 죄겠냐는 생각에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을 해 봤다.
현금 서비스던, 00론 서비스던 간에 사용하기만 하면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당혹스런 일이겠다는 정의로운 돌아이(?) 기질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서 00은행 콜센터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5분여 간의 대기후 상담원과 통화가 되었다.
내 모든 정보를 다 알고 있는 상담원에게 다시 이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00은행 카드만 15년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데 자기 카드 고객에게 신용등급이 떨어지는 악마의 유혹(?)을 하다니...
게다가 이런 자세한 내용의 고지는 생략한 채 수수료 할일이라는 밑밥(?)으로 유혹하는 꼴이라니...

정말 안타깝고 화가났다.

현금서비스가 거의 사채를 육박하는 수수료를 받는다는데,
그 서비스를 사용할 때 현금 지급기의 화면에 '신용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라는 문구도 나오지 않지 않는가?
(물론 써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이런 내용에 대해 항의 비슷한 건의를 했다.

한참을 항의 비슷한 건의를 하다가 상담원이 또 무슨 죄겠냐 싶었다.
그런데 상담원의 또 경이로운 말을 들었다.

'확인해 보니 고객님께 저희쪽에서 전화를 드렸던 적이 00번이 확인되는군요. 이제 이런 전화나 이메일, 편지가 가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거참...

'오히려 내게 보내는 것이 더 낫지 않느냐? 모르는 사람들에게 보내 문제가 발생하는 것 보다....'

상담원은 또 그런다.
'저희 은행 뿐만 아니라 타 은행에서도...'

상담원이 무슨 죄겠냐는 생각에 대충 마무리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상담원의 대화 중에 어이 없지만 안타까운 현실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서비스도 선택된 사람들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서비스를 왜 사용할 수 없냐는 항의도 받습니다.'

물론 이 서비스가 언젠가 나에게 꼭 필요한 순간이 올지도 모르겠다.
나의 신용등급의 하향을 감수하더라도 정말 필요한 순간이...
또 이런 서비스가 절박하리만큼 필요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이런 현실에 반문해 본다.
차라리 이런 서비스가 있다는 것을 몰랐더라면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사람이 더 줄어들지 않을까?

10년전 일어났던 카드 대란의 악몽을 벌써 잊어 버린 것일까?
10년전 일어났던 외환 위기의 악몽을 벌써 잊어 버린 것일까?
하긴 정치권에서는 "잃어버린 10년"이라는 말로 새롭게 정권을 잡기도 했으니 10년을 잃어버리고 살긴 사나보다.

신용불량을 권하는 은행이라니...
아니 신용등급을 보호해야 할 은행이 오히려 자신의 카드 고객들의 신용등급 하향을 유인하는 전화를 걸어 놓고는 마케팅이라니...

마케팅이라는 미명아래 벌어지는 신용하락 및 신용불량의 세계로 유혹하는 전화를 받고는
마음이 무거워진다.

경제위기의 상황에 사는 오늘날의 30대와 40대의 가장들을 생각해 보며....

[덜뜨기의 마음으로 담는 세상 = 허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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