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면 영락없는 가정집이다.
순간 '한정식집이 맞나?'하는 의문이 계속 생겼다.
예약된 방으로 들어가 상을 보니, 안심이 든다.
주인장 허락도 없이 남의 집 안방을 꿰차고 앉은 불안한 느낌이다.
잠시 거실로 나왔다.
햇살이 참 여유롭게도 비친다.
한참 점심시간인데 북적거리는 한정식 집이 아니라 정말 고즈넉한 여유를 갖고 있다.
예약을 해야만 한다.
(042-534-8859)
예약제로 운영되는 탓인지 여유롭다.
북적거리지도 않는다.
어느 자리에 앉을까를 고민한다.
남의 집 안방을 꿰차고 앉아 밥을 먹어야 하는 불안감과 더불어
어느 자리에 앉아야 민폐가 아닐까 하는 고민까지...
머리속은 복잡하다..
어디에 앉지???
잠시 눈을 창으로 돌렸다.
아..이럴수가..
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은 나의 고민을 모조리 잊게 만들어 준다.
조심스레 자신의 자태를 뽐내는 난이 따스한 햇볕을 받아 그 싱그러움을 더해간다.
중앙에 자리잡은 이름모를 옹기가 안정감을 더해 준다.
제일 먼저 도착해서 자리에 앉아야 할 때, 말석부터 앉으라는 말이 생각났다.
말석에 앉아 제일 맛나 보이는 녀석에 포커스를 맞춘다.
살아생전 짠물에서 자신의 영역을 표시했을 녀석이 짜디 짠 간장물에 자신의 몸을 나눠
조그만 종지 안에서 자신의 영역을 차지하고 있다.
그 위에는 이 땅의 푸르름과 지혜를 상징하는 녀석이 분해된 몸을 덮고 있다.
한번도 손을 타지 않았다는 증표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는 파...
우리 선조들은 깨나 파를 올릴 때 음식의 향과 영양을 고려했다고 하지만,
또 한가지, 한번도 손을 대지 않은 음식이라는 반증으로 사용되기도 한단다.
파의 모습과 위치가 지금 막 부엌에서 부끄러운 아낙네의 손끝을 떠난 자태다.
반찬들 역시 차분하게 놓여있다.
이런 분위기....
비싸다는 말이겠지???
이런 집에 또 언제 와 보겠냐는 심정이다.
카메라를 들은 사람들의 손은 바빠진다.
여기저기서 셔터소리가 들린다.
먹으러 온건지, 촬영하러 온건지...가끔 헷갈린다.
장어도 빨간 내복을 입고 파 옷을 입고 누워있다.
녀석...추웠나보다...빨간 내복을 입은 장어라니...
씨레기 국이 나왔다.
여기 음식들은 분위기 탓인지, 색이 깊다.
반찬들과 음식의 색이 분명한 대조를 이룬다.
아마 흰 그릇 안에 놓여 있는 음식들이 창으로 새어 들어오는 빛을 받아서일까??
고기...
먼저 손이 가는 것은 항상 이 녀석이다.
왜 그럴까?
육식동물의 본능일까?
인간은 육식동물?
성서에 의하면 초식동물로 시작했으리라...
해물이 한데 모여 있다.
한국 음식의 백미, 된장찌개...
된장찌개야 말로 한국 음식의 기본이요, 백미다.
가장 쉬우면서도 깊은 맛을 내기 어려운 된장찌개...
고등어.
이 녀석 역시 김치를 덮고 그 위에 파를 모자 삼아 있다.
이렇게 음식이 정갈나게 놓여 있다.
시장이 가장 좋은 반찬이라고...
예상 밖의 지체로 인해 늦어진 점심...
시장을 반찬 삼아 맛나게 먹었다.
다만 게장의 씁쓸함이 인생의 맛을 드러내는 듯 했다.
이것 외에, 분위기와 더불어 정갈난 음식들이 맛을 한층 더 했다.
음식들에 대한 느낌은 평범하다는 것이다.
짜거나 튀지 않는 느낌이다.
중국이나 인도의 그것처럼 코 끝을 자극하는 냄새를 내지도,
그렇다고 혀 끝을 자극하는 날카로움도 없다.
그냥 평범한 한국 가정집의 음식처럼 튀는 음식이 없다.
이 말은 음식에 절제를 더 했다는 반증일 것이다.
짜고 맵고, 코 끝을 자극하는 향신료의 향연을 기대한다면 중국집으로 가시라.
이 집은 햇살이 여유로운 고요를 간직한 것처럼
음식 또한 집의 모습을 담은 양 싶다.
하지만 여운은 오래간다.
음식의 여운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 집의 여유로움일 것이다.
분주히 손님이 오가는 음식점에서는 음식의 여유보다는 강렬함으로 인상을 남겨야 하지만,
이 곳은 무언가 여유로움과 고즈넉함이 음식에서조차 묻어난다.
후식 또한 간결하다.
아니 절제함을 최대한도로 드러내는 듯 하다.
느낌일까? 분위기 탓일까?
묘한 매력을 느끼게 하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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