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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 오르간 제작자, Organ Meister 홍성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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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연소개하는남자 2009. 11. 24.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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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부친께서 거의 10개월동안 Meister 홍성훈 선생을 만나러 가야 한다고 하셨는데

이제야 부친을 모시고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을 찾아가게 되었다. 



Meister 홍성훈 선생은 1987년 독일 플라이터(Fr. Fleiter Orgelbau)사의

도제입문과 1991년 클라이스(Johannes Klais Orgelbau)사의 마이스터 과정을 거쳐 

1997년 오르겔바우로 독일 국가시험에 합격한 후 귀국해서 1998년 홍성훈 오르겔바우를 설립하기 까지

독일과 유럽, 한국(광림교회, 서울교회)에 27개 오르간 제작에 참여했다.


그가 독립해서 작품번호를 붙여가며 제작한 오르간은 

Op.1 성공회 주교좌성당 성요한성당, Op.2 봉천제일교회, Op.3 아름다운 동산교회(수지), Op.4 예수로교회, Op5. 천주교 논현2동 성당, 

Op.6 천주교 임동주교좌성당(광주)가 있고, Op.7 구로 아트밸리 콘서트홀(구리), Op.8 성남선사교회(성남), Op.9 트루에오르겔(설계완성), 

Op.10 새사람교회(서울/제작중)가 있다.


제작가격은 유럽의 기준으로만 본다면 대략적으로 소형(3-5stop)은 8개월 정도 걸리며 

5-7천만원정도, 대형(30stop)은 2년 정도 소요되며 8-10억대 정도다. 현재 30-45% 정도의 부품을 자체제작하고 

나머지 부품들은 수입해서 사용하고 있다.


오르간의 대부분은 목재로 구성되어 있는데 목재의 재질을 파악하고 제작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나무는 베어지고 나서도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좋은 나무를 고르는 것은 목수에게는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작업하려는 목재는 2년전에 지름 5m, 높이 8m 나무를 구입해서 1년 동안 인천앞바다에 띄워 놓고(수분을 빼기 위해) 

적당한 크기로 잘라 건조기에 넣고 열을 가해 기름과 수분을 뺀 다음 다시 말리고 1년 전에 이곳에 와서 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는 대학에서 산업공학을 전공했고 홍사단 청년 활동을 하면서 탈춤 등 한국무용을 배웠다. 

그러다가 1984년 시립가무단을 들어가게 되었지만 40세가 되면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고민하다가 

86년에 클래식 기타를 전공으로 독일로 유학을 하게 되었다. 거기에서 만난 장우형 선생의 권유로 파이프 오르간 제작자를 만나고
 
87년 플라이터(Flieter)사와, 91년 클라이스(Klais)사에서 오르간 제작을 배우며 이 길을 걷게 되었다고 했다.


 




경기도 양평에 위치한 그의 작업실이다. 홍성훈 오르겔 바우 Meister...그의 공식 명칭이다.


도착해서 본인의 부친과 함께 홍성훈 선생의 모습이다.


그의 작업실 내부다. 그의 작업실은 두 개로 나누어져 있었다. 이 곳은 나무를 가공하는 목공 작업실이다. 


파이프 오르간을 만드는 나무들에 대해 설명을 하고 있다.


함께 작업하는 목수 이장희님이다. 그는 35년간 목수의 일을 해 왔는데,

그의 손을 통해 오르간 전체의 외관, 나무와 나무 이음새의 많은 정교한 연결부분이 탄생된다고 한다.



현판이 걸려 있는 메인작업실이다. 전면에 보이는 것이 그의 10번째 작품인 Op.10번이다.

현재 틀이 완성되어 있고 목관 파이프와 연결 부위들을 작업하고 있었다.


이것이 건반과 함께 바람통에 연결을 해주는 핵심부품이라고 했다.

현재 판에 고정되어 있으며 매우 부드럽게 움직였다.

한 부분은 건반과 연결되고, 또 다른 부분은 바람을 불어주는 부분과 연결이 된다고 했다.



저렇게 하나씩 수작업으로 연결부위를 제작한다. 세심한 작업이다.


저 구멍 하나까지 모두 수제작으로 한다.

거의 저항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부드럽다. 그 부드러움이 건반의 무게를 좌우한다고 했다.



쇠와 나무, 모든 부품들을 일일히 모두 국산화 했다. 그의 열정이 느껴진다.


여기있는 나무들이 모두 나무 파이프가 되어 소리를 만들어 낸다.



위의 나무들이 결합되어 작업을 끝내면 이런 나무 파이프가 된다.

소리의 높낮이 대로 정열되어 바람이 불어 소리가 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의 오르간에서 가장 작은 나무 파이프를 보여주며 작업의 어려움을 설명하고 있다.




저렇게 나무들을 일일이 본드와 함께 결합하여 나무 파이프를 만든다.

저렇게 단단히 결합하지 않으면 바람이 새어 소리가 제대로 나지 않는다.








아래에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가 보인다. 바람이 여기 관을 통해 파이프에 전달되어 소리가 나게 된다.

이 통로도 정말 많은 비밀이 숨어있다. 그냥 나무만 연결하는 것이 아니라

그 나무들의 연결부분에서 일어나는 와류와 소용돌이까지 모두 계산해서 제작한다고 한다.



그의 열번째 작품과 함께 서 있다.


Op.10 작품의 설계도





금속 파이프를 입에 대고 불으니 소리가 난다. 그 소리가 내 마음을 움직인다. 뭉클하게 만든다.


그냥 파이프 하나를 입에 대고 불었을 뿐인데 말이다.


 


그의 파이프 오르간 내부 하단의 모습이다. 바람이 지나가는 통로가 보인다.


 



그 위로 올라가면 이런 파이프 지지대와 바람이 나오는 관문이 있다.


 


여기 위에 보이는 네모 부분이 바람을 만들어 보내는 기계가 위치할 장소란다. 그 곳에서 바람이 아래를 통해 파이프에게 전달된다.


건반을 누르면 여기 있는 쇠기둥을 통해 파이프로 전달된다.



그의 이름이 새겨진 로고가 보인다. 

그는 파이프 오르간도 한국의 음색을 드러내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2번 stop에는 8' Hong Flute가 있다.



21번 stop에는 1' Piri, 즉 피리 소리가 있다. 
 
자신이 만든 소리라면서 자랑스럽게 보여주었다.
 
악기에 먼지를 방지하기 위해 비닐로 커버를 씌워 놓았다.
 

이 모든 것이 완성되면 이렇게 Op.10의 작품이 될 것이다.




1998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현재까지 20년 넘게 오르간제작 Meister라는 대업을 이루었는데 

국내에서는 잘 알려지지 못한 이유로 오르간 제작자를 관리자 정도로 폄하하는 시각도 있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오르간 제작자와 오르가니스트가 동등한 위치에서 협력작업을 하는데 한국은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현실이라고 한다. 

하지만 언젠가 외국의 오르간 제작자들에게 보내는 존경심이 국내 오르간 제작자들에게도 동일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이 있다고 한다.



명필이라며 부친의 방명록에 감탄하고 있는 홍선생.





나무 파이프들을 다시 한번 담아봤다.






Op.9는 남다른 의미를 갖고 있다. 그의 작품 Op.9번은 미완성작이다. 

홍성훈 선생과 동연배인 분이 하루는 찾아와서 파이프오르간을 소형으로 제작해 달라고 부탁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의뢰인은 연주를 하지 못한다고 했다. 그래서 왜 제작을 의뢰하냐고 했더니만 그의 대답이 걸작이다. 

‘아이들에게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려주는 것 만큼 큰 인성교육이 어디 있겠냐?’는 것이다. 

전자음이 아닌 사람의 숨결 같은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려주는 것 만으로도 큰 교육이라는 것이다. 

스케치를 완성하여 연락을 했더니 그 분이 돌아가셨다고 했단다. 그래서 그 부인께 스케치를 드리면서 언젠가는 꼭 완성하겠다고 약속을 했다며 Op.9에 대한 설명을 했다. 

Op.9는 소형화 시킨 파이프오르간으로 4천만원선에서 제작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현재 2명에게 의뢰를 받아 Op.9를 제작하고 있었다. 



헤어짐을 앞두고 홍성훈 선생은 ‘이렇게 찾아와 주는 것으로도 큰 힘이 된다’고 했다. 

전자악기와 빠름의 세상 속에서 느림과 자연의 미학을 보여주는 파이프 오르간의 소중함을 사람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아쉽다고 했다. 

11년 동안 현재 그는 10개의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했는데 앞으로 몇 개나 더 만들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제자들을 키우고 있다. 하지만 이 일이 시간이 많이 걸리고 힘들기 때문에 1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내가 10년만 젊었어도....).

본인의 부친이 홍성훈 선생의 성공회주교좌성당 성요한 성당에 있는 첫 번째 작품을 작년에 한번 연주한 적이 있었다. 

그러기에 Organ Meister 홍성훈 선생을 그렇게 만나고 싶어하셨는지도 모르겠다. 돌아가는 길, 그의 팀과 함께 촬영을 했다. 

내년 1월쯤에 오면 현재 제작중인 Op.10번이 거의 완성된 모습일 것이라며 또 오라고 했다. 

그래서 다음을 기약하며 아쉬움을 뒤로 한 채 떠났다.


 


[Organ Meister 홍성훈]

아무도 걷지 않았던 길을 걷는 다는 것은 두렵고 힘든 길이다. Organ Meister 홍성훈, 그는 그 길을 걸어왔고 앞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파이프 오르간은 그 울림 자체만으로 사람의 마음을 감싸는 무언가가 있다. 

그의 작업실에서 그가 입으로 불었던 파이프의 울림 만으로도 내 마음에 무엇인가 움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오늘 오후, 성공회대학교 졸업 연주회(파이프오르간)가 있다고 했다. 시간상 여건이 되었다면 동행하고 싶었다. 

본인은 아직까지 파이프 오르간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다. 녹음된 것은 들어봤지만 그 현장에서 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는 전율을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런 나의 현실은 작금의 시대의 젊은이들에게 동일할 것이다. 

그는 700년 넘는 역사를 가진 파이프 오르간이 오늘의 전자의 시대에 빠져가는 사람들에게 오르간 전용 홀을 짓는 것이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 많은 사람들이 파이프 오르간 음악을 만나는 가슴 떨리는 전율로 다가갈 수 있을테니 말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한번 제작하면 100년은 넘게 처음의 소리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이것이 장인이 만들어 내는 악기의 진면목일 것이다.

그 어떤 피아노도, 전자악기도 이렇게 오랜 세월동안 그 소리를 간직한 채 세대를 이어갈 수 있는 악기가 있을까?



공간을 울리는 숨결과 같은 소리를 내는 파이프 오르간, 그 오르간을 만드는 Organ Meister 홍성훈 선생. 그의 열정과 장인 정신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10년 안에 그 파이프 오르간 연주홀에서 그의 손에서 만들어 진 악기를 통한 음악을 듣고 싶고, 욕심 같지만 그의 작품을 내 손에 꼭 한번 가져보고 싶다.



[덜뜨기의 마음으로 담는 세상 = 허윤기]

* 이형섭님의 제보로 한국인 최초의 오르겔바우라는 부분은 수정합니다.
한국의 2번째 오르겔바우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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